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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일본소설]화차 미야베 미유키 作

 

 


화차

저자
미야베 미유키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2-02-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현대사회의 맹점과 어둠을 그려낸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일본의 ...
가격비교

 

1.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긴 했지만 그렇게 무겁게 느껴지지는 않았던 소설로 미스테리및 추리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소설의 형식탓인지 추리소설읽는 것처럼 흥미롭게 읽었다.

 

2.이야기는 다소 간단한데 형사인 혼마는 친척인 가즈야부터 사라진 약혼녀인 세키네 쇼코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두 사람은 약혼하려던 사이로 세키네 쇼코가 개인파산을 했던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 다음날 세키네 쇼코는 종적을 감추어버린다. 혼마는 마침 부상으로 쉬는 중이라 가볍게 허락을 하지만 친척의 약혼녀 "세키네 쇼코"와 개인파산을 한 세키네 쇼코가 다른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세키네 쇼코 행세를 한 여자는 신조 쿄코로 쿄코로 주택담보대출로 인해 어릴때부터 도망다니던 신세였다.

 

 

"그래요, 아마도 당신은 이렇게 생각하겠죠.세키네 쇼코는 개인파산을 한 인간이다. 게다가 술집에서 일했다. 돈을 함부러 써대고 어지간히 칠칠치 못한 여자였겠지.보나마나 평소 생활도 엉망이었을테니 인간관계를 더듬어가는 일은 꽤나 피곤할 것이다. 아닙니까?"

 

혼마는 젓가락을 살짝 들어올리며 긍정의 뜻을 표시했다. 분명 그랬다. 그것은 이사카도 똑깥이 예상한 바다. 이사카뿐만 아니라 보통사람이라면 누구나, 세키네 쇼코에 관한 데이터에서 '개인파산'이라는 어휘를 발견한다면 대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변호사가 미소를 머금었다. 나이에 비해 가지런한 작은 이가 살짝 엿보였다.

 

"그게 바로 오해라는 겁니다. 오늘날같은 현대사회에 신용카드나 대출때문에 파산에까지 내몰린 사람은 오히려 상당히 고지식하고 겁이 많고 마음이 약한 경우가 많아요. 그런 점을 이해시키려면 먼저 이 업계의 구조부터 설명해야 할겁니다."

 

변호사는 양보안주머니에서 모서리가 달ㅀ은 검은색 가죽수첩을 꺼내더니 탁자위에 내려놓았다.

 

"혼마씨,당신은 몇년생입니까?"

"1950년,쇼와25년생입니다."

"그럼 올해 마흔두살인가요?흐음,더 젊은 줄 알았는데"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그렇다면......당신이 열살때겠군요. 일본에 처음으로 크레디트라는 말이 등장한 시기 말입니다. 마루이 기업의 빨간카드였죠.그 회사가 할부대신 크레디트라는 말을쓰기 시작한겁니다. 쇼와 35년,즉 1960년은 미국과 안전보장조약을 체결한 해였죠. 다이너스카드도 그해에 탄생했어요다이너스는 가입 심사가 엄격해서 회원들의 사회적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일본에서 가장 신뢰받는 카드중 하나인데, 생겨난 시기도 그만큼 빨랐단 애깁니다."

 

그렇다면 어느덧 삼십년이 지났다.

 

"1960년, 그해는 일본 고도서장기의 원년이기도 하죠.그만큼 이 나라가 풍요루워지기 시작한 시기였어요. 크레디트산업의 탄생은 시대의 필연적 결과이기도 했습니다."변호사는 말을 이었다. "또한 앞으로도 그러한 민간금융 업계의 존재없이는 우리나라의 경제와 국민생활이 성립될 수 없겠죠.이미 돌이킬수없는 일입니다."

 

수첩의중간쯤 펼치더니 슬쩍 시선을 던졌다.

 

"자,방금 민간금융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만, 정확하게는 소비자신용이라고합니다. 이것은 다시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하나는 신용판매 즉 카드를 이용해서 물건을 사거나 하는 것이죠.다른 하나는 소비자 금융 이것은 정기예금이나 우체국저금을 담보로 한 대출, 즉 은행계좌의 당좌대월같은 겁니다. 그리고 소비자 대출, 즉 신용대출이나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도 포함됩니다. 다 적었습니까?"

 

혼마도 식사를 마치고서 메모를 하고 있었다.

 

"첫번째 말한 신용판매는 다시 할부방식과 일시불방식으로 나뉩니다. 왜, 은행계열 신용카드는 분할결제가 안되지만 신용판매회사계열은 분할결제가 가능하잖습니까?그걸 말하는 겁니다. 그리고 꼭 카드를 쓰지않더라도 어떤 물건에 대해서만 할부결제계약을 맺을 수도 있잖아요?그렇기때문에 이 할부방식과 일시불방식은 또 다시 각각 개별품목과 카드로 나뉘게 되죠."

 

그런데,라며 몸집이 작은 변호사는 앉은 자세를 고쳤다."헤이세이 원년(1989년)의 통계를 보면 먼저 신용판매의 할부방식 신규신용공여액.....알기 쉽게 말하자면 그해의 매출이겠죠. 이것이 11조 4082억 엔입니다. 일시불방식은 11조 8572억엔이고. 다음으로 소비자금융의 같은 해 통계가 33조 9511억엔이죠. 이것들을 합하면...."

 

이미 암기하고 있을테니 딱히 계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변호사는 강조하기 위해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헤이세이 원년의 소비자 신용 신규공여액은 57조 2165억엔에 이릅니다. 어떻습니까? 이건 국가예산규모의 사업이에요."

"과연그렇군요."혼마가 말했다.

"약 57조엔.이 액수는 그해 국민총생산의 14%에 해당합니다. 또한 국민 한 사람당 가계 가처분소득의 20%죠. 미국과 거이 같은 비율입니다. 소비자 신용이 명실상부하게 일본의 경제활동을 지탱하는 하나의 기둥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성장추세도 실로 놀랍다며 변호사는 말을 이었다.

 

"소비자 신용신규공여액이 증가는 그야말로 경이적입니다. 쇼와 55년(1980년)에는 총합계가 21조 359억엔이었습니다. 이것을 지수 100으로 놓죠.그러면 오년후인 쇼와60년에는 지수 165,총액 34조 7060억엔이 됩니다.그리고 방금 말씀드린 헤이세이 원년의 숫자 그것을 지수로 바꾸면 272죠. 십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3배가까이 부풀어오른 겁니다."

 

변호사는 탁자위에 손가락으로 선을 그려보았다.

 

"소비자신용의 신규공여액 성장과 국민총생산성장을 그래프로 그려 비교해보면 국민총생산쪽은 이런상황이에요."

 

그러면서 30도정도 각도로 빗금을 그렸다.

 

"소비자신용은...."

 

이번에는 45도정도되는 선을 그렸다.

"보세요. 꼭 스키장 직할강 슬로프같죠?좀 비정상이지 않습니까?과연 어떤 산업분야에서 이런 성장세를 찾아볼수있겠습니까?"

"전형적인 거품현상이라는 뜻인가요?"

변호사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고개를 저었다."당신이 말하는 거품이 세간에서 작년에 터졌다고 일컫는 그 거품이라면,그것과는 좀 다르다고 봅니다.금융시장이란 애당초 환상입니다.본래 실체가 없는거죠.원래화페라는 것부터그 그래요.그냥종이조각,평평하고 둥근금속덩어리일뿐이죠.안그래요?"

마조구치변호사가 담담한 말투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러나 현실에서 만엔짜리 지페에는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가게밖으로 나오면 쓸 수 없는 오락실 코인과 달리,백엔짜리 동전은 일본전국의 모든 자동판매기에서 받아들입니다.그것이 약속이기 때문이죠.초등학생도 학교수업에서 배워 알고 있을 겁니다.화페경제가 어떤 것인지를요. 원래 환상이라는 것을 돈의 실체는 나라에서 만든 약정이라느 것을 그러나 우리는 귿 ㅓ분에 가족의 옷과 채소한아름과 쌀로 교환하려고 멧돼지한마리를 산밑으로 들고내려가야 하는 생활에서 해방된겁니다. 사회기반에 화페경제가 존재하기때문에 나도 타인들의 분규를 해결해주며 먹고살수있는거고요.그렇지않나요?"

 

 

"맞아,그런데 요즘은 달라. 아니 요즘이 아니야.현실은 이미 오래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어.여자중에도 남자못지않은 동기로,예를 들면 사업을 하고 싶으니 그것을 방해하는 인간은 배제해야겠다는 식의생각으로움직이는 사람이 생겨났다는 말이지."

이카리는 반론을 하려다 어정쩡하게 입을 닫아버렸다. 혼마가 뒷말을 이었다.

"그 여자는 원래도 남편의 재산에 이끌려서 결혼한게 아닐지도 몰라. 남편의 사업에 더 끌렸을지도 모르지.그래서 결혼하면 자기도 남편을 통해 그런 사업에 관여할수 있으리라 믿었던 거 아닐가?"

직장여성이라도 이십대 후반이 되어서까지 잔심부름이나 하는 업무를 맡다보면 나름대로 비참하고 괴로운 경험이 많을 것이다. 예전에 그것에서 빠져나오는 수단은 결혼뿐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유학 독립 사업 등등 여러가지 길이 열려있다. 그러나 그런것들은 대체로 돈이 든다. 적지않은 목돈이 그래서 디딤대로 나이차가 많이 나는 위세당당한 사업가와 결혼을 선택한 것이다.

이카리가 천천히 눈을 깜박이더니 물었다. "그런데 막상 결혼해보니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렇지.남편은 아내에게 돈을 주고 응석도 받아줬지만 경영에는 간섭하지 못하게 했어. 당신의 예쁜머리를 그런데 쓸수야 없드는 식으로 말이야. 그래서야 회사의 꽃역할만 하면 그만이던 직장시절과 다를게 없어. 아무런 변화도 없지."

"그렇지만 내가 볼때 그런 갸루짱들은 그걸로 만족하는것 같던데"

이카리가 끈질기게 저항했다. 그나저나 이카리가 갸루짱이란 표현을 쓰다니 실로 놀랍다.

"물론 그런여자도 있겠지.그렇지만 안 그런 여자도 있어.사실 그건 남녀차이만은 아닐테지."

"그럴까?"

"독립심과 기개가 있는 여자에게 '됬어.이해도 못할 어려운 일 때문에 그 예쁜 머리로 고민할 필요는 없어.그런건 나한테 맡기고 넌 손톱손질이나 해'라는 남자의 말은 견딜수 없이 모욕적이지 않을까?"

"그렇지만 그 여자는 남편이랑 전혀 싸우지 않았다니까."

"싸울 수 없었겠지.남편이 진지하게 생대해주지 않았을거야.우리귀여운아가씨 왜 그렇게 토라졌을까. 하는 식이었겠지. 그래서 화가 난거야.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테고. 어떻게든 방법을 모색해보려고도 했을거야. 그런데 이대로는 도저히 돌파구를 찾을 수 없어서 난폭한 수단을 쓴거지."

말을 잠깐 끊고 혼마는 뜸을 들이며 어휘선택을 고민했다.

"그리고 자기에게도 남편 못지않은 능력과 결단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남편을 교모하게 제거함으로써 어쩌면 공범자와 함께 남편을 죽일때 그때까지 가슴속에 묻어뒀던 울분을 쏟애내서 그를 놀라게 했을 수도 있고."

이카리는 국수집 계산대에서 프랑스 요리 풀 코스값을 청구당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공범은 있었겠지?"후퇴하는 소대가 마지막 남은 토치카 하나를 사수하는 듯한 절박한 표정으로 이카리가 물었다. "아마 애인이었겠지.남자가 틀림없어.애인한테 도와달라고 부탁했을게 뻔해. 해결사는 역시 남자야."

"남자흔적이 전혀 없다면서?"

"우리조사가 부족했을지도 모르지."

혼마가 단호히 말을 받았다."꼭 그렇다고 볼순 없어. 남자 흔적이 없다면 공범자도 여자야. 직장다닐때 친하게 지냈던 동료일수도 있지.나랑 같이 사업하자. 그리고 방해가 되는 남편을.....그런 솔깃한 제안을 했을지도 몰라. 여자들끼리 만나는거야 아무도수상쩍게 여기지 않으니 눈에 띌 염려도 없을테고 둘이서 습격하면 깊이 잠든 남자 하나쯤은 충분히 찔러죽일 수 있지. 그런 쪽으로캐보면 어때?"

이카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이윽고 어처구니가 없다는 투로 불쑥 입을 열었다.

"그 아내한테 굉장히 친한 여자친구가 있긴 해.장례식때도 열심히 일을 도왔지."

"그럼 그 사람일지도 모르겠군."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신조 쿄코의 눈빛.구리사카 가즈야 곁에서 또는 로즈라인의 가타세 앞에서 사라졌을 때의 그 비정함. 민첩함. 그것은 그녀가 모든 의미에서 고독했다는 인상을 자아냈다.

 

또한 혼마는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들었다. 신조쿄코는 고독했기때문에. 외톨이였기때문에 다른 사람의 신분을 사칭하고 가로챌수 있지 않았을까? 쫓기고 도망치는 그녀의 처지를 이해하고 구원의 손길을 뻗어주려는 남자가 단 한사람이라도 곁에 있었다면 그녀는 '신조 쿄코'라는 자기 이름을 버리려 하지 않았을 것이다. 협력자의 힘을 빌려 온전히 신조 쿄코인 채로 도망치는 길을 고민했을 것이다. 이름이란 타인에게 불리고 인정받음으로써 비로소 존재하는 것이다. 신조쿄코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그녀와 떨어질 수 없는 인간이 주위에 존재했다면 그녀는 결코 펑크 난 타이어를 버리듯 간단하게 신조 쿄코라는 이름을 내동댕이 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이름에는 사랑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는 남이 하는 일이라면 뭐든 마음에 안 들어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구나."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자기 맘에 안드는게 보이면,일단 무작정 때려부수고나서 왜 그랬는지 둘러댄다는 거야.그러니까 다사키가 왜 멍청이를 죽였는지 뭐라뭐라 핑계를 늘어놔도 들을 필요없댔어. 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어떤 생각을 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행동을 했느냐래."